성경이야기

발치에 앉은 시간

터키옥13 2026. 7. 1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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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다니의 작은 집 마당에 저녁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습니다. 부엌에서는 그릇 부딪히는 소리와 화덕의 열기가 뒤섞여 분주했고, 마르다는 손님상을 차리느라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집을 정돈하고 음식을 준비한 사람도 마르다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예수님 곁에는, 부엌일을 거들어야 할 동생 마리아가 조용히 발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분주한 손과 멈춰 선 마음

마르다의 수고는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손님을 대접하는 일은 그 시대에 마땅히 귀하게 여겨지던 섬김이었고, 마르다는 그 일에 성실했습니다. 하지만 누가복음은 마르다가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하였다"고 전합니다(누가복음 10:40). 손은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마음은 자꾸만 딴 곳으로 흩어졌던 것입니다. 결국 마르다는 참지 못하고 예수님께 나아가 묻습니다.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주라 하소서."(누가복음 10:40)

인생의 절반을 훌쩍 넘긴 자리에서 돌아보면, 우리도 마르다처럼 살아온 날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자식을 키우고, 집안을 건사하고, 맡겨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느라 정작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 돌아볼 겨를조차 없었던 시간들 말입니다. 성실함이 잘못은 아니었지만, 그 성실함 안에 조급함과 서운함이 함께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주님의 대답

예수님은 마르다를 나무라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조용히 이름을 두 번 부르며 말씀하셨습니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누가복음 10:41-42) 그 말씀은 마르다의 수고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 주신 것이었습니다. 마리아가 택한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잠시 손을 멈추고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우리에게

우리는 여전히 마르다처럼 살아갑니다. 해야 할 일의 목록은 끝이 없고, 하루를 마치고 나면 정작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바빴는지 흐릿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은 오늘도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모든 일을 내려놓으라는 뜻이 아니라, 그 많은 일들 가운데 결코 빼앗기지 말아야 할 한 가지, 곧 그분 앞에 조용히 머무는 시간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손에 쥔 것들은 하나씩 내려놓게 되지만,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던 그 시간만큼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오늘 곱씹어 볼 물음

  •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마음이 분주합니까.
  • 내 손에 쥔 일들 가운데, 내려놓아도 괜찮은 것은 무엇입니까.
  • 오늘 하루, 그분의 발치에 앉을 시간을 나는 얼마나 남겨 두었습니까.

손을 멈추어야 비로소 들리는 음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