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선한 사마리아인

터키옥13 2026. 6. 21. 21:20
반응형

길 위에 쓰러진 사람, 그리고 멈춰 선 사람
누군가 곤란에 빠진 걸 보고도 못 본 척 지나간 적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있어요. 길에서 누가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내는데 괜히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발걸음을 빨리한 적. 그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어요. '나는 나쁜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아니야, 바빴잖아' 하고 변명하기도 하고요.
오늘 함께 읽을 이야기는 바로 그런 순간에 관한 거예요.
"그래서, 제 이웃이 누구인데요?"
어느 날 한 율법 교사가 예수님께 다가와 질문을 던져요. 좀 따지는 듯한 말투로요. "선생님, 그러면 제 이웃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이 질문엔 사실 속셈이 숨어 있었어요. 이웃의 범위를 딱 정해 달라는 거죠. 어디까지가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이고, 어디부터는 신경 안 써도 되는지. 선을 긋고 싶었던 거예요. 우리도 가끔 이러잖아요. "여기까지가 내 책임이야" 하고.
예수님은 곧바로 답을 말해 주지 않으세요. 대신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시죠.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던 길
한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이었어요. 그 길은 좁고 험하기로 유명한, 강도가 자주 나타나는 위험한 길이었죠.
아니나 다를까, 강도들이 그를 덮쳐요. 가진 걸 다 빼앗고, 흠씬 두들겨 패고는, 거의 죽을 지경으로 만들어 길가에 버려두고 사라져 버려요.
피 흘리며 쓰러진 그 사람. 누군가 지나가 주기만을 기다렸겠죠.
마침 한 제사장이 그 길로 내려왔어요. 하나님을 섬기는, 누구보다 거룩한 사람. 그런데 그는 쓰러진 사람을 보고는… 길 반대편으로 돌아서 지나가 버려요.
조금 뒤 레위인도 그곳에 와요. 성전에서 일하는 사람이었죠. 그 역시 가까이 와서 보고는… 그냥 지나쳐 버려요.
두 사람 다 '아는' 사람들이었어요. 하나님 말씀을 누구보다 많이 들었고, 사랑을 가르치던 사람들. 그런데도 멈추지 않았어요.
가장 뜻밖의 사람
그때 한 사마리아 사람이 그 길을 지나가요.
여기서 잠깐. 당시 유대 사람들에게 사마리아 사람은 '상종 못 할 사람'이었어요. 서로 미워하고 무시하던 사이였죠. 이야기를 듣던 율법 교사 입장에선 가장 껄끄러운 등장인물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바로 그 사마리아 사람이, 쓰러진 이를 보고 멈춰 서요.
그냥 멈춘 정도가 아니에요. 그는 다가가 상처를 싸매 주고, 기름과 포도주를 부어 치료해요. 자기 나귀에 그를 태워 여관까지 데려가죠. 밤새 곁에서 돌봐 주고, 다음 날 떠나면서는 여관 주인에게 돈을 건네요. "이 사람을 잘 돌봐 주세요. 비용이 더 들면 돌아올 때 다 갚을게요."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거기까지 한 거예요. 자기 시간, 돈, 마음을 다 내어주면서요.
질문이 뒤집히다
이야기를 마치고 예수님이 물으세요.
"이 세 사람 중에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 준 사람은 누구일까?"
율법 교사가 답해요.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차마 '사마리아 사람'이라는 말은 입에 못 담고 이렇게 돌려 말했어요.)
여기서 놀라운 게 있어요. 율법 교사는 "누가 내 이웃입니까?"라고 물었잖아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을 골라내려고요. 그런데 예수님은 질문 자체를 바꿔 버리세요.
"누가 네 이웃이냐"가 아니라 "너는 누구의 이웃이 되어 줄 거냐"
이웃은 찾아내는 게 아니라, 내가 되어 주는 거였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 이야기가 무서울 만큼 정직한 건, 멈추지 않은 두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오히려 성실하고 신앙 좋은 사람들이었죠. 어쩌면 그들도 바빴을 거예요. 약속이 있었거나, 무서웠거나, '내 일이 아니야' 싶었거나.
…우리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지나칠 때 하는 생각들이랑 똑같죠.
예수님은 "사랑이 뭔지 아느냐"고 묻지 않으세요. "가서 너도 그렇게 하라"고 하세요. 사랑은 아는 게 아니라 멈춰 서는 일, 손을 내미는 일이라고요.
거창한 게 아니어도 돼요. 혼자 밥 먹는 친구 옆에 앉아 주는 것. 무거운 짐을 같이 들어 주는 것. 힘들어 보이는 사람에게 "괜찮아?" 한마디 건네는 것. 그 작은 멈춤이 누군가에겐 길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사람일 수 있어요.
오늘 당신의 길에는 누가 쓰러져 있나요. 그리고 당신은 어느 편 길로 걸어가고 있나요.
겨자씨처럼 작은 친절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통째로 살릴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