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도가 배를 삼킬 듯이 덮쳐온다. 노련한 어부였던 제자들조차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돛대는 휘청거리고, 밧줄을 붙든 손에는 핏기가 사라진다. 그런데 배 뒷편, 가장 흔들림이 심할 그 자리에 한 사람이 있다. 베개를 베고, 깊이 잠들어 있는 예수님이었다.
제자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죽게 된 것을 돌아보지 아니하시나이까?" (막 4:38) — 두려움에 찬 그들의 외침 속에는 원망과 배신감마저 묻어 있었다.
폭풍은 믿음을 시험하는 자리
인생의 풍랑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 자녀 문제, 은퇴 이후의 막막함, 관계의 균열. 배 안에 있던 제자들처럼, 우리도 파도가 몰아치는 순간 "주님, 지금 뭐 하고 계십니까?"라고 묻게 된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예수님이 잠든 이유가 무관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분은 풍랑의 크기보다 더 크신 분이었기에, 그 안에서도 평안히 쉬실 수 있었다.
"잠잠하라, 고요하라"
제자들이 예수님을 깨우자, 그분은 일어나 바람을 꾸짖으시고 바다에게 말씀하셨다. "잠잠하라 고요하라" (막 4:39). 그러자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해졌다.
이 사건에서 놀라운 것은 기적 그 자체보다, 예수님의 권위와 평온함이다. 그분은 소리치지도, 서두르지도 않으셨다. 말씀 한마디로 자연 전체가 순종했다.
우리 삶에도 잠잠함이 필요할 때
50대, 60대를 지나며 우리는 이미 여러 번의 풍랑을 건너왔다. 그 경험이 가르쳐주는 것은, 폭풍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파도 앞에서는 흔들린다.
중요한 건 파도의 크기가 아니라, 그 배 안에 누가 계시느냐다. 예수님이 함께 계신 배는, 아무리 흔들려도 결코 가라앉지 않는다.
묵상 질문
-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크게 몰아치는 '풍랑'은 무엇인가?
- 나는 그 풍랑 속에서 주님을 깨워 도움을 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홀로 두려움과 씨름하고 있는가?
- "잠잠하라, 고요하라"는 말씀이 오늘 내 마음에 어떤 위로로 다가오는가?
가장 거센 풍랑 속에서도, 그분은 잠들어 계실 만큼 평안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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