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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야 얻어지는 것 이삿짐을 다 내보낸 빈방에 서 본 적이 있는가. 벽에는 액자가 걸려 있던 자리만 색이 바래지 않고 네모나게 남아 있고, 마룻바닥엔 가구가 놓였던 흔적이 옅게 패어 있다. 가득했던 방이 텅 비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 방의 크기가 새삼 눈에 들어온다. 있을 땐 몰랐던 것들이 없어지고 나서야 보인다.인생의 후반부도 비슷하다. 자녀가 집을 떠나고, 일터에서 물러나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낄 때, 우리는 문득 텅 빈 방에 선 사람처럼 서게 된다. 그리고 묻는다. 이만큼으로도 괜찮은가.바울은 감옥에 갇힌 채로 빌립보 교회에 편지를 썼다. 자유도, 건강도, 안정된 미래도 없는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나는 어떠한 형편에든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빌립보서 4:1.. 2026. 8. 1.
사자굴의 다니엘 오랜 세월, 변하지 않은 습관 하나다니엘이 사자굴에 던져지던 그날, 그는 이미 노년의 나이였습니다. 십 대 소년으로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온 지 어느덧 육칠십 년. 느부갓네살, 벨사살을 거쳐 다리오 왕의 시대까지, 세 개의 제국과 여러 왕을 섬기며 살아온 인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오랜 세월 동안 단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습니다. 하루 세 번, 창문을 열고 예루살렘을 향해 무릎 꿇는 기도의 습관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습관이 사자굴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이야기를 나눕니다.흠을 찾을 수 없었던 사람 (단 6:1-5)다리오 왕은 나라를 다스릴 총리 셋을 세웠는데, 다니엘이 그중 으뜸이 되었습니다. 그의 마음이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왕은 그를 세워 온 나라를 다스리게 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총리들.. 2026. 8. 1.
욥, 그 잿더미 위에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자식 열 명, 양 칠천 마리, 낙타 삼천 마리, 소와 나귀 떼까지—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재앙의 소식 앞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욥은 자신의 몸에도 악성 종기가 퍼지는 것을 느끼며 잿더미 위에 주저앉았습니다.사람들은 욥을 "온전하고 정직하며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라 불렀습니다(욥 1:1). 그런 사람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이 오래된 질문은 지금도 우리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욥의 세 친구는 찾아와 나름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네가 뭔가 잘못했으니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인과응보의 틀로 고통을 설명하려는 시도였지요. 하지만 욥은 그 답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죄를.. 2026. 7. 27.
엘리야 이야기 — 로뎀나무 아래서 갈멜산의 승리, 그리고 그 다음 날갈멜산 정상. 엘리야는 혼자였습니다. 바알의 선지자 450명을 상대로 하늘에서 불이 내리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하늘은 응답했습니다. 백성들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외쳤습니다.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 3년 반의 가뭄 끝에 비구름이 몰려왔고, 엘리야는 아합의 마차 앞에서 이스르엘까지 달려갔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이 그의 안에 있었습니다.그런데 다음 장면은 놀랍습니다. 이세벨의 협박 편지 한 통에, 그 담대했던 선지자가 광야로 도망칩니다. 로뎀나무 아래 주저앉아 이렇게 말합니다."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내 조상들보다 낫지 못하니이다." (열왕기상 19:4)어제 불을 내리게 한 사람이, 오늘은 죽기를 구하고 있습니다. 승리 뒤에 찾아오.. 2026. 7. 26.
좋아할 줄 알았는데, 왜 자꾸 어긋날까 김 권사님은 이사하는 딸을 위해 며칠을 꼬박 들여 오래된 자개장롱을 손질했습니다. "이건 네 결혼할 때 꼭 주려고 아껴둔 거야." 그런데 딸의 표정이 이상했습니다. 좁은 신혼집에 들일 자리도 없고, 요즘 취향과도 맞지 않는 가구였던 겁니다. 딸은 결국 웃으며 받아 갔지만, 몇 달 뒤 창고에 처박아둔 걸 알게 된 권사님 마음은 무너져 내렸습니다.사랑해서 한 일인데, 왜 자꾸 마음이 어긋날까요. 자녀를 위한다고 믿었던 것들이, 정작 자녀에게는 짐이 되고 부담이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아까워서 물려주는 마음오래된 그릇, 앨범, 가구를 자녀에게 넘겨주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습니다. "버리기 아까워서 너 줄게"라는 말 속엔 평생 쌓아온 시간과 애정이 담겨 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 자녀 세대는 짐을 줄이고 .. 2026. 7. 25.
"재앙이 아니라 평안을 주는 계획" 바벨론 강가, 포로로 끌려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고향을 잃고, 성전을 잃고, 자유를 잃은 사람들. 그들 중 누군가는 이렇게 물었을 겁니다. "이 낯선 땅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살아야 합니까? 하나님은 우리를 잊으신 겁니까?"바로 그 절망의 한복판으로, 예레미야를 통해 하나님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예레미야 29:11)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약속이 주어진 시점입니다. 상황이 좋아진 뒤가 아니라, 여전히 포로 생활 한복판,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은 그 순간에 주신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70년이라는 시간이 말씀 바로 앞 구절을 보면, 하나님은 "바벨론에서 칠십 년이 차면"이라고 하셨습니다... 2026.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