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경이야기

"작은 방, 큰 믿음"

by 터키옥13 2026. 7. 15.
반응형

 

살다 보면 누군가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문을 열어주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환대가 훗날 얼마나 큰 은혜로 돌아올지, 그때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오늘은 열왕기하 4장에 나오는 수넴 여인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수넴이라는 마을에 살던 한 부유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엘리사가 그 동네를 지날 때마다 그를 청하여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그저 한두 번의 호의로 그칠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여인은 남편에게 이렇게 제안합니다. "내가 저 사람은 항상 우리에게로 지나가는 거룩한 하나님의 사람인 줄 아노니, 우리가 그를 위하여 작은 방을 담 위에 만들고 침상과 책상과 의자와 촛대를 준비하사이다"(왕하 4:9-10). 대가를 바라지 않은 순수한 섬김이었습니다.

 

엘리사는 그 은혜를 갚고 싶어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지만, 여인은 "나는 내 백성 중에 거주하나이다"라며 겸손히 사양합니다.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그 마음이 오히려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사환 게하시를 통해 그녀에게 아들이 없고 남편은 늙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엘리사는 여인을 불러 말합니다. "돌아오는 해 이 때에 네가 아들을 안으리라"(왕하 4:16). 여인은 오히려 "아니로소이다 내 주 하나님의 사람이여 당신의 여종을 속이지 마옵소서"라며 놀라움과 두려움 섞인 반응을 보입니다. 너무 큰 은혜 앞에서는 오히려 믿기 어려운 법이지요. 그러나 말씀대로 이듬해 그녀는 아들을 품에 안았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그 아이가 자라던 어느 날, 밭에 나갔던 아이가 갑자기 "내 머리야, 내 머리야" 하며 쓰러집니다. 어머니의 무릎 위에서 아이는 정오쯤 숨을 거둡니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여인은 소리 내어 울부짖거나 절망에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죽은 아이를 엘리사의 침상에 눕히고 문을 닫은 뒤, 나귀를 타고 갈멜산으로 엘리사를 찾아 나섭니다. 남편이 이유를 물었을 때도 그저 "평안하니이다"라고만 답합니다.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람을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것입니다.

 

엘리사를 만나자 여인은 그의 발을 붙잡습니다. 게하시가 그녀를 밀어내려 하자 엘리사는 말립니다. "그를 붙잡아 두라 그의 영혼이 괴로워하지마는 여호와께서 내게 숨기시고 알게 아니하셨도다." 그리고 여인의 처절한 한마디가 이어집니다. "내가 내 주께 아들을 구하더이까 내가 말씀하기를 나를 속이지 마옵소서 하지 아니하더이까"(왕하 4:28). 처음부터 바라지도 않았던 선물이었기에, 그것을 잃은 슬픔은 더욱 깊었을 것입니다.

 

엘리사는 직접 그 집으로 가서 문을 닫고 아이를 위해 여호와께 기도하며, 자기 몸을 아이 위에 엎드립니다. 그렇게 두 번을 반복하자 아이가 일곱 번 재채기하고 눈을 뜹니다. 죽음이 생명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여인은 엎드려 감사하고 아들을 안고 나갑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세 가지를 봅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섬김이 하나님의 은혜의 통로가 된다는 것, 그 은혜가 이해할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올 때조차 하나님의 사람을 붙잡고 놓지 않는 믿음이 있다는 것,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가 절망 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때 죽은 것 같은 자리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으신다는 것입니다.

 

겨자씨처럼 작은 친절, 작은 방 하나를 내어드리는 마음이 때로는 상상도 못 할 생명의 역사로 이어집니다. 오늘 내가 누군가에게 열어주는 작은 문이, 언젠가 나 자신에게 부활의 은혜로 돌아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의 기도: 주님,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섬김의 마음을 주시고, 절망 중에도 주님을 붙잡고 놓지 않는 수넴 여인의 믿음을 저에게도 허락하여 주소서.

 

 

 

'성경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을 든 자들  (0) 2026.07.16
우물 가 의 여인  (0) 2026.07.15
발치에 앉은 시간  (0) 2026.07.14
나흘째 되던 날  (0) 2026.07.14
가장 짧은 눈물  (3)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