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오후, 마당에 나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젊은 날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눈에 들어옵니다. 지나온 세월의 굽이굽이마다 하나님께서 손을 대셨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던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이사야 25장 1절의 고백은 바로 그런 자리에서 터져 나온 찬양입니다.
"여호와여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라 내가 주를 높이고 주의 이름을 찬송하오리니 주는 기사를 옛적에 정하신 뜻대로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행하셨음이라" (이사야 25:1)
옛적에 정하신 뜻
이 구절에서 눈여겨볼 단어는 "옛적에 정하신 뜻"입니다. 이사야가 이 고백을 드릴 때, 그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겪고 있는 일, 지나온 고생, 뜻밖의 만남과 이별—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눈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계셨던 그림의 한 조각이었습니다.
젊을 때는 하루하루가 우연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오십을 넘기고 육십을 바라보니, 지나온 길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게 됩니다. 힘들었던 그 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예상치 못했던 만남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이사야는 하나님을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행하신" 분이라 고백합니다. 이 두 단어는 히브리어로 각각 "에무나"(신실함)와 "에메트"(진실함)에 가깝습니다. 변덕스럽지 않으시고, 거짓이 없으신 분—그것이 이사야가 만난 하나님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에게 실망합니다. 믿었던 관계가 흔들리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험을 여러 번 겪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사람에 대한 기대는 조심스러워지지만, 신기하게도 하나님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더 깊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오랜 세월 그분을 겪어보았기 때문입니다.
찬송은 기억에서 나온다
이사야의 찬송은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기억에서 나온 고백입니다. "주는 기사를 옛적에 정하신 뜻대로... 행하셨음이라"—과거형입니다. 이미 겪은 일, 이미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드리는 찬양입니다.
우리도 오늘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다면,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고비마다 어떻게 길이 열렸는지, 막막했던 순간에 누가 손을 내밀어 주었는지를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기억은 신앙의 뿌리를 든든하게 붙잡아 줍니다.
오늘의 묵상 질문
-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 중에, 훗날 돌아보면 "옛적에 정하신 뜻"이었다고 고백하게 될 일은 무엇일까요?
- 살아오면서 하나님의 성실하심을 가장 뚜렷하게 경험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 오늘 하루,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감사와 찬양을 드릴 수 있는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그 모든 걸음에 신실하신 손길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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