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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얼굴 시장 골목을 지나다 보면 가끔 이런 사람을 만납니다. 남의 물건을 슬쩍 밀치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사람, 줄을 새치기하고도 오히려 큰소리를 내는 사람. 그 얼굴에는 부끄러움의 그림자조차 없습니다.잠언 기자는 이런 모습을 정확히 짚어냅니다."악인은 그 얼굴을 굳게 하나 정직한 자는 자기의 행위를 삼가느니라" (잠언 21:29)같은 하루를 살아도, 저녁에 자기 얼굴을 마주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한 사람은 낮의 잘못을 덮고 굳은 얼굴로 다음 날을 맞습니다. 다른 사람은 낮의 걸음을 되짚으며 조용히 자신을 살핍니다.굳어진 얼굴, 그 이면의 두려움'얼굴을 굳게 한다'는 표현은 단순한 뻔뻔함이 아닙니다. 원어의 뉘앙스는 오히려 '방어벽을 친다'에 가깝습니다. 자기 행동을 돌아보는 순간 무너질까 봐, .. 2026. 7. 19.
베드로,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서다 새벽닭이 울었다. 그 소리를 들은 순간 베드로는 얼어붙었다. 불과 몇 시간 전, 그는 스승 앞에서 큰소리를 쳤었다. "모두가 주를 버릴지라도 저는 결코 버리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화롯불 곁에 선 그의 입에서는 세 번이나 같은 말이 흘러나온 뒤였다.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성경은 이 장면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가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한 문장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밖에 나가서 심히 통곡하니라." (마태복음 26:75)큰소리쳤던 사람의 부끄러움베드로는 결코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갈릴리 어부 출신으로 거친 파도와 씨름하며 살아온 그는, 열두 제자 중에서도 가장 앞장서서 말하고 가장 먼저 나서던 사람이었다. 물 위를 걷겠다고 배에서 뛰어내린 것도, 검을 뽑아 든 것도 베드로였다.그런 그.. 2026. 7. 18.
입술의 파수꾼 저녁 밥상머리였다. 며느리가 아이 재우는 방식을 이야기하는데, 문득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렇게 하지 말고 이렇게 해라." 삼십 년 넘게 아이를 키운 경험이 확신처럼 등을 떠밀었다. 다행히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 국그릇을 한 번 더 젓는 것으로 대신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 하지 않은 말이 그날 저녁의 평화를 지켜준 것이었다.다윗은 이런 순간을 알았던 사람이다. 그는 기도했다. "여호와여, 내 입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내 입술의 문을 지키소서." 스스로 입을 다스릴 자신이 없어서, 대신 문지기를 세워달라고 청한 것이다.입은 늘 열려 있다집에는 대문이 있고, 대문에는 문지기나 자물쇠가 있다. 아무나 드나들지 못하게, 들일 것과 들이지 말 것을 가려주는 장치다. 그런데 .. 2026. 7. 17.
돌을 든 자들 새벽이었다. 성전 뜰에는 아직 밤의 서늘함이 가시지 않았고, 예수는 땅에 무언가를 쓰고 계셨다. 그때 한 무리가 여인을 끌고 왔다.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채로, 사람들의 시선 한가운데 세워진 여인. 그리고 그 손에는 이미 돌이 쥐어져 있었다.율법을 아는 자들이었다. 그들의 손에 들린 돌은 정당했다. 규정에 맞았고, 절차에 어긋남이 없었다. 문제는 돌이 아니라, 그 돌을 들게 만든 마음이었다.예수는 몸을 굽혀 땅에 무언가를 쓰셨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말씀하셨다."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그 한마디에, 가장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씩 돌을 내려놓고 자리를 떴다. 늙은 자부터였다는 점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살아온 날이 길수록, 자기 안의 돌 던질 수 없는 이유를 더 많이 알고 있었던.. 2026. 7. 16.
우물 가 의 여인 낮 열두 시, 해가 가장 뜨거운 시각이었다. 다른 여인들은 모두 이른 아침, 서늘한 공기 속에서 물동이를 이고 우물가로 나왔다가 이미 집으로 돌아간 뒤였다. 그런데 한 여인이 홀로, 아무도 없는 시간을 골라 수가 성 우물로 걸어오고 있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에게는 다섯 번의 결혼과 한 번의 동거라는, 마을 사람 모두가 알고 수군거리는 사연이 있었다. 그림자도 없이 내리쬐는 햇볕 아래, 그녀는 오히려 안전했다. 아무도 마주치지 않을 시간이었으니까. 거기, 그 뜨거운 정오에 한 사람이 먼저 와 앉아 있었다. 목마름을 아는 사람예수는 그녀에게 물을 청한다. "물을 좀 달라." 지치고 목마른 여행자의 평범한 부탁처럼 들리지만, 이것은 낯선 남자가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을 건다는 것 자체로 .. 2026. 7. 15.
"작은 방, 큰 믿음" 살다 보면 누군가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문을 열어주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환대가 훗날 얼마나 큰 은혜로 돌아올지, 그때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오늘은 열왕기하 4장에 나오는 수넴 여인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수넴이라는 마을에 살던 한 부유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엘리사가 그 동네를 지날 때마다 그를 청하여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그저 한두 번의 호의로 그칠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여인은 남편에게 이렇게 제안합니다. "내가 저 사람은 항상 우리에게로 지나가는 거룩한 하나님의 사람인 줄 아노니, 우리가 그를 위하여 작은 방을 담 위에 만들고 침상과 책상과 의자와 촛대를 준비하사이다"(왕하 4:9-10). 대가를 바라지 않은 순수한 섬김이었습니다. 엘리사는 그 은혜를 갚고 싶어 .. 2026.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