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49 기드온 이야기 포도주 틀에 숨은 큰 용사 밀은 본래 탁 트인 타작마당에서 떨어야 합니다. 바람이 불어야 겨가 날아가고 알곡이 남으니까요. 그런데 한 사내가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포도주 틀 안에 웅크리고 앉아 밀을 떨고 있습니다. 먼지가 자욱하고 숨이 막혀도 어쩔 수 없습니다. 밖에서 타작하다 들키면 미디안 사람들이 메뚜기 떼처럼 몰려와 한 해 농사를 통째로 쓸어 갈 테니까요. 벌써 일곱 해째입니다.그 숨죽인 사내에게 한 음성이 들려옵니다."큰 용사여,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시도다." (삿 6:12)기드온은 아마 뒤를 돌아보았을 겁니다. 누구한테 하는 말인가 싶어서요.하나님은 지금의 나를 부르지 않으신다기드온의 첫 대답은 믿음의 고백이 아니라 볼멘소리였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계시다면 왜 우리가 이 꼴이냐고, 조상들이.. 2026. 9. 18. 배고픔이 옳음을 이기지 못하도록 성령에게 이끌려 광야로 들어가신 지 마흔 날. 예수님은 주리셨습니다. 성경은 이 배고픔을 담담하게 한 줄로 적어놓았지만, 마흔 날을 굶은 몸이 어떤 상태인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정신은 흐려지고, 판단력은 무뎌지고, 당장 눈앞의 것을 채우고 싶은 본능만이 또렷해지는 순간. 시험하는 자는 바로 그 순간을 골라 다가왔습니다.가장 정당해 보이는 유혹"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명하여 이 돌들이 떡덩이가 되게 하라." (마태복음 4:3)이 말을 곱씹어보면 이상할 만큼 '합리적'입니다. 배고픈 사람이 빵을 만드는 것이 무엇이 문제입니까. 게다가 예수님께는 그럴 능력이 있었습니다. 능력이 있는데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입니다.바로 이 지점이 시험의 정교함입니다. 마귀는 악한 일을.. 2026. 8. 22. 폭풍 속에서 잠든 그분 (마가복음 4:35-41) 파도가 배를 삼킬 듯이 덮쳐온다. 노련한 어부였던 제자들조차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돛대는 휘청거리고, 밧줄을 붙든 손에는 핏기가 사라진다. 그런데 배 뒷편, 가장 흔들림이 심할 그 자리에 한 사람이 있다. 베개를 베고, 깊이 잠들어 있는 예수님이었다.제자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죽게 된 것을 돌아보지 아니하시나이까?" (막 4:38) — 두려움에 찬 그들의 외침 속에는 원망과 배신감마저 묻어 있었다. 폭풍은 믿음을 시험하는 자리인생의 풍랑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 자녀 문제, 은퇴 이후의 막막함, 관계의 균열. 배 안에 있던 제자들처럼, 우리도 파도가 몰아치는 순간 "주님, 지금 뭐 하고 계십니까?"라고 묻게 된다.하지만 흥미로운 건, 예수님이 잠든.. 2026. 8. 21. 온새미로 — 나누지 않고 생긴 그대로 오래된 도자기 하나를 본 적이 있다. 금 간 자리도, 이가 빠진 자리도 없이, 처음 구워졌을 때 그 모습 그대로 온전한 그릇이었다. 깨졌다가 이어붙인 흔적도, 억지로 다듬은 자국도 없었다. 우리말에는 그렇게 나누거나 손대지 않고 생긴 그대로 온전한 것을 이르는 말이 있다. 온새미로. 갈라지거나 쪼개지지 않고, 자연 그대로.'온'이라는 온전함'온'이라는 글자는 우리말에서 '전부', '전체'를 뜻한다. 온종일은 하루 전체를, 온몸은 몸 전체를 가리킨다. 온새미로의 '온' 역시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쪼개거나 나누지 않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이어진 상태를 말한다.'새미'는 샘, 즉 물이 솟는 근원을 뜻한다는 풀이가 있다. 그러니 온새미로는 그 근원에서부터 나뉘지 않고 이어진 것, 손대지 않은 원래의 모습 .. 2026. 8. 12.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것 광야의 밤은 늘 신음으로 가득했습니다. 낮의 뜨거운 모래바람이 가시고 나면, 이번엔 발밑에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불뱀이었습니다. 물린 자리는 불에 덴 듯 부풀어 올랐고, 하나둘 쓰러지는 사람들의 신음이 진 곳곳에서 끊이지 않았습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백성들은 이렇게 원망했습니다.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해 올려 이 광야에서 죽게 하느냐. 이 하찮은 음식은 우리 마음에 싫어하노라." 물도 없고, 만나도 지겹다고. 그 원망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들은 이제 정말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모세는 백성들을 위해 다시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그리고 뜻밖의 처방이 내려왔습니다. "불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매달라. 물린 자마다 그것을 보면 살리라."원망이 부른 재앙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재앙.. 2026. 8. 11. 성전을 뒤엎으신 예수님 — 거룩한 분노의 의미 명절이 다가오면 예루살렘 성전 뜰은 늘 붐볐다. 유월절을 지키러 먼 길을 온 순례자들은 로마 화폐를 성전 화폐로 바꿔야 했고, 제사에 쓸 짐승도 그 자리에서 구해야 했다. 처음에는 순례자를 돕기 위한 편의였을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편의가 이문을 남기는 장사로 변해갔다. 이방인들이 유일하게 기도할 수 있었던 '이방인의 뜰'은 흥정 소리로 가득한 시장이 되어 있었다.예수님은 그 앞에 서서 상을 뒤엎으셨다.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요 2:16). 평소 온유하셨던 그분의 이 단호한 행동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 행동이 말해주는 것이 사건은 단순히 화를 내신 장면이 아니다. 예수님이 바로잡으신 건 상 몇 개가 아니라, 기도해야 할 자리가 어느새 거래의 자리로 바뀌어버린.. 2026. 8. 10.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