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38 다윗의 꿈 짓지 못한 성전늙은 다윗은 자꾸만 추웠다. 이불을 겹겹이 덮어주어도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았다(열왕기상 1:1). 소년 시절 골리앗 앞에 홀로 섰던 그 몸, 사자와 곰을 맨손으로 상대했다던 그 몸이, 이제는 제 체온 하나를 붙들지 못한다. 왕궁은 후계를 두고 어수선했고, 그의 시간은 분명히 저물고 있었다.그런데 그 저무는 마음 한가운데에, 다윗에게는 끝내 짓지 못한 집 하나가 있었다. 평생을 두고 품어온 꿈, 하나님의 성전. 자기 손으로 올리고 싶었던 그 집을, 그는 결국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했다. 우리도 저마다, 다 짓지 못하고 두고 가는 집 하나쯤은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내 손으로 짓고 싶었던 집다윗의 꿈은 결코 작은 욕심이 아니었다. 자신은 백향목 궁에 사는데 하나님의 궤는 여전히 천막.. 2026. 6. 30. 삭개오 이야기 나무 위의 사람여리고의 좁은 길에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습니다. 예수라는 분이 지나가신다는 소문이 돌았거든요. 그런데 그 인파의 가장자리, 누구도 자리를 비켜 주지 않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키가 작아 까치발을 들어도 사람들의 등밖에 보이지 않던 그는, 결국 체면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길가의 뽕나무 위로 기어올랐습니다.그의 이름은 삭개오. 세리장이었고, 부자였습니다. 그리고 동네에서 가장 미움받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가진 자의 외로움세리는 로마를 위해 동족에게서 세금을 걷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것도 정해진 것보다 더 받아 챙기는 일이 흔했으니, 사람들 눈에 삭개오의 재산은 곧 이웃의 눈물로 쌓아 올린 탑이었습니다. 세리장이었으니 그 시선은 몇 배로 무거웠겠지요.흥미로운 건, 누가복음이 그를 묘사하며 굳이.. 2026. 6. 29. 달란트 비유-두려움에 관하여 땅에 묻어둔 것누구나 한 번쯤, 무언가를 깊이 숨겨본 적이 있을 겁니다. 잃어버릴까 봐, 망칠까 봐, 빼앗길까 봐. 가장 아끼는 것일수록 우리는 더 깊은 곳에 둡니다. 서랍 안쪽, 마음 안쪽, 때로는 아무도 모르는 땅속에.오늘 이야기에는 자기 몫을 땅에 묻은 사람이 나옵니다. 게을러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두려웠습니다.먼 길을 떠나는 주인이 있었습니다. 떠나기 전, 그는 세 명의 일꾼을 불러 자기 재산을 맡겼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다섯, 한 사람에게는 둘, 또 한 사람에게는 하나. 각 사람의 능력에 따라 나누어 주었다고, 성경은 적고 있습니다. (달란트는 그 시절 한 사람이 이십 년을 일해야 모을 수 있는 큰돈이었습니다. 하나라도 결코 작은 몫이 아니었습니다.)다섯을 받은 사람은 곧 그것을 가지고 움직였.. 2026. 6. 25. 씨 뿌리는 자 이야기 같은 씨앗, 다른 흙선생님이 똑같은 말을 했어. 교실에 있던 서른 명이 똑같이 들었지.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그 말이 그냥 흘러갔고, 누군가에게는 며칠 가슴에 남았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날부터 무언가가 바뀌기 시작했어.같은 말인데. 왜 어떤 마음엔 뿌리내리고, 어떤 마음엔 닿지도 못하고 사라질까.예수님도 이게 궁금한 사람들 앞에서, 농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오늘의 이야기한 농부가 씨를 뿌리러 들판에 나갔어. 손에 한가득 씨앗을 쥐고, 넓게 흩뿌리면서 걸었지. 그런데 씨앗이 다 같은 곳에 떨어진 게 아니야.어떤 씨앗은 길가에 떨어졌어. 사람들이 밟고 다녀 단단하게 굳은 땅이었지. 씨앗은 흙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표면에 그냥 놓여 있었고, 곧 새들이 날아와 쪼아 먹어 버렸어.어떤 씨앗은 돌밭에 떨.. 2026. 6. 23. 열 처녀 이야기 깊은 밤, 당신의 등불에는 기름이 채워져 있습니까?유대 마을의 밤은 짙고 깊습니다. 밤하늘의 별빛만이 유일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그 고요한 밤, 마을 어귀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열 명의 처녀가 있었습니다. 바로 혼인 잔치의 주인공,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서였지요.손에는 저마다 예쁜 등불을 들고 있었습니다. 신랑이 오면 환하게 불을 밝혀 잔치 자리로 안내할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신랑의 발걸음은 생각보다 더뎠습니다. 초저녁의 들뜬 마음은 어느새 무거운 눈꺼풀에 밀려나고, 꾸벅꾸벅 졸던 열 명의 처녀들은 이내 모두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인생처럼, 때로 기다림의 시간은 지루하고 피곤하기 마련입니다.그러다 칠흑 같은 한밤중, 정적을 깨는 외침이 들려옵니다."보라, 신랑이로다!.. 2026. 6. 22. 선한 사마리아인 길 위에 쓰러진 사람, 그리고 멈춰 선 사람누군가 곤란에 빠진 걸 보고도 못 본 척 지나간 적 있나요?솔직히 말하면, 나는 있어요. 길에서 누가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내는데 괜히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발걸음을 빨리한 적. 그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어요. '나는 나쁜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아니야, 바빴잖아' 하고 변명하기도 하고요.오늘 함께 읽을 이야기는 바로 그런 순간에 관한 거예요."그래서, 제 이웃이 누구인데요?"어느 날 한 율법 교사가 예수님께 다가와 질문을 던져요. 좀 따지는 듯한 말투로요. "선생님, 그러면 제 이웃이 도대체 누구입니까?"이 질문엔 사실 속셈이 숨어 있었어요. 이웃의 범위를 딱 정해 달라는 거죠. 어디까지가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이고, 어디부터는 신경 안 써도 되는지... 2026. 6. 21. 이전 1 ···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