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38 흙으로 돌아가는 길 동산 동쪽, 사람이 걸어 나온다. 등 뒤로 화염검을 든 그룹들이 지키고 서 있고, 그의 손에는 아직 흙 묻은 삽 한 자루뿐이다. 어제까지 그는 이름을 짓는 사람이었다. 짐승들이 그의 앞을 지나가면 그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불렀고, 세상은 그의 목소리로 정돈되었다. 오늘 그는 땅을 파는 사람이 되었다. 같은 사람인데, 완전히 다른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흙으로 지어진 사람창세기는 아담을 이렇게 소개한다.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셨다고. 히브리어로 '아담'이라는 이름 자체가 '흙'이라는 단어에서 왔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는 처음부터 흙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고귀하게 지어졌지만, 동시에 흙으로 지어졌다.우리는 살면서 종종 이 두 가지 사실 중 하나를 잊고 산.. 2026. 7. 8. 한 해만 더 포도원 한켠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주인은 올해도 그 앞에 섰다. 벌써 세 번째 가을, 열매를 찾아 가지 사이를 뒤졌지만 이번에도 잎사귀뿐이었다. 그는 더 기다릴 마음이 없었다. "찍어버리라. 어찌 땅만 버리게 하겠느냐"(누가복음 13:7).이 짧은 비유는, 밤늦게 자기 인생을 셈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듣는 이야기다. 나는 무엇을 맺었나. 이만큼 살았는데 남긴 것이 있나. 혹시 나는, 자리만 차지한 채 열매 없이 서 있던 저 나무는 아닐까.삼 년을 기다린 주인주인의 판단은 부당하지 않다. 삼 년이면 충분히 기다린 시간이다. 열매 없는 나무가 좋은 땅의 양분만 빨아들이고 있으니, 찍어내고 그 자리에 쓸모 있는 것을 심는 편이 합리적이다. 셈으로만 보면 그의 결론은 흠잡을 데가 없다.우.. 2026. 7. 7. 어리석은 부자이야기 더 큰 곳간추수철이었다. 한 부자의 밭이 그 어느 해보다 잘 되었다. 곳간은 이미 가득 찼는데 곡식은 계속 실려 들어왔다. 넘쳐서 둘 곳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고민 앞에 그는 서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할까, 내 곡식 쌓아 둘 곳이 없으니"(누가복음 12:17).예수님은 이 사람을 '어리석은 자'라 부르셨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는 도둑질하지도, 남을 속이지도 않았다. 그저 열심히 일했고, 땅이 넉넉히 응답했을 뿐이다. 우리 대부분이 바라 마지않는 바로 그 자리에 그가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어리석다 하셨을까. 가장 좋은 고민먼저 분명히 해두자. 이 부자는 악인이 아니었다. 그의 해결책도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낡은 곳간을 헐고 더 큰 곳간을 지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쟁여두겠다는 것(12:.. 2026. 7. 5. 롯 이야기 뒤돌아본 자리에 남은 것 — 롯의 아내가 놓지 못한 것새벽안개가 채 걷히기 전, 산길을 오르는 네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발밑은 아직 어둡고, 등 뒤에서는 유황 냄새 섞인 연기가 낮게 깔려왔다. 도시가 타는 소리는 멀리서도 선명했다 — 무너지는 담벼락, 갈라지는 지붕, 그리고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인 굉음.천사는 분명히 말했었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 그 말 속에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다. 살고 싶다면, 앞으로 가야 한다는 것. 하지만 한 여인의 발걸음이 조금씩 느려지고 있었다.소돔에 두고 온 것들그녀가 정말 두고 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성경은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 시집간 딸들, 오랜 이웃들, 손에 익은 부엌살림, 그리고 그 도시에서 쌓아온 시간들.. 2026. 7. 3. 치지 않은 손 엔게디의 광야, 다윗은 굴 깊은 곳에 숨어 있었다. 사울은 삼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그를 쫓던 중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 사울이, 볼일을 보려고 홀로 그 굴 안으로 들어왔다(사무엘하상 24장). 자기를 죽이려는 사람이, 무방비한 몸으로, 자기 눈앞에 서 있었다.곁에 있던 부하들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바로 오늘입니다. 원수가 당신 손에 넘어왔습니다. 마음껏 하십시오. 평생 도망치던 자에게, 마침내 되갚을 순간이 온 것이다. 그런데 다윗은, 칼을 뽑지 않았다. 손 안에 들어온 원수생각해보면 다윗에게는 넘칠 만큼의 명분이 있었다. 사울은 그에게 창을 던졌고, 그를 광야로 내몰았고, 짐승을 몰듯 그를 쫓아다녔다. 다윗은 잘못한 것이 없었다. 그는 사울을 위해 골리앗과 싸웠고, 그의 곁에서 수금을 탔던 사.. 2026. 7. 2. 다윗의 회개 지붕 위에서봄이었다. 왕들이 전쟁터로 나가는 계절, 그러나 다윗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었다(사무엘하 11:1). 저녁 무렵, 그는 왕궁 지붕 위를 거닐었다. 평생 싸워 얻은 자리, 이제는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 그 높이에서 그는 한 여인을 보았고, 본 것을 그냥 가졌다.한 사람의 생애에서 가장 빛나던 시기에, 가장 어두운 일이 시작되었다. 우리 인생에도 그런 지붕이 있다. 이만하면 됐다 싶은 자리, 아무도 나를 막지 못할 것 같은 높이 — 바로 거기서, 우리는 가장 크게 넘어지곤 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다는 것성경은 그날의 다윗을 세 개의 동사로 적는다. 보았고, 사람을 보내어 알아보았고, 데려다가 가졌다(사무엘하 11:2-4). 그 사이에 망설임의 흔적이 없다. 권력은 죄를 매끄럽게 만든다. 마.. 2026. 7. 1.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