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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야기29

롯 이야기 뒤돌아본 자리에 남은 것 — 롯의 아내가 놓지 못한 것새벽안개가 채 걷히기 전, 산길을 오르는 네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발밑은 아직 어둡고, 등 뒤에서는 유황 냄새 섞인 연기가 낮게 깔려왔다. 도시가 타는 소리는 멀리서도 선명했다 — 무너지는 담벼락, 갈라지는 지붕, 그리고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인 굉음.천사는 분명히 말했었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 그 말 속에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다. 살고 싶다면, 앞으로 가야 한다는 것. 하지만 한 여인의 발걸음이 조금씩 느려지고 있었다.소돔에 두고 온 것들그녀가 정말 두고 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성경은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 시집간 딸들, 오랜 이웃들, 손에 익은 부엌살림, 그리고 그 도시에서 쌓아온 시간들.. 2026. 7. 3.
치지 않은 손 엔게디의 광야, 다윗은 굴 깊은 곳에 숨어 있었다. 사울은 삼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그를 쫓던 중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 사울이, 볼일을 보려고 홀로 그 굴 안으로 들어왔다(사무엘하상 24장). 자기를 죽이려는 사람이, 무방비한 몸으로, 자기 눈앞에 서 있었다.곁에 있던 부하들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바로 오늘입니다. 원수가 당신 손에 넘어왔습니다. 마음껏 하십시오. 평생 도망치던 자에게, 마침내 되갚을 순간이 온 것이다. 그런데 다윗은, 칼을 뽑지 않았다. 손 안에 들어온 원수생각해보면 다윗에게는 넘칠 만큼의 명분이 있었다. 사울은 그에게 창을 던졌고, 그를 광야로 내몰았고, 짐승을 몰듯 그를 쫓아다녔다. 다윗은 잘못한 것이 없었다. 그는 사울을 위해 골리앗과 싸웠고, 그의 곁에서 수금을 탔던 사.. 2026. 7. 2.
다윗의 회개 지붕 위에서봄이었다. 왕들이 전쟁터로 나가는 계절, 그러나 다윗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었다(사무엘하 11:1). 저녁 무렵, 그는 왕궁 지붕 위를 거닐었다. 평생 싸워 얻은 자리, 이제는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 그 높이에서 그는 한 여인을 보았고, 본 것을 그냥 가졌다.한 사람의 생애에서 가장 빛나던 시기에, 가장 어두운 일이 시작되었다. 우리 인생에도 그런 지붕이 있다. 이만하면 됐다 싶은 자리, 아무도 나를 막지 못할 것 같은 높이 — 바로 거기서, 우리는 가장 크게 넘어지곤 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다는 것성경은 그날의 다윗을 세 개의 동사로 적는다. 보았고, 사람을 보내어 알아보았고, 데려다가 가졌다(사무엘하 11:2-4). 그 사이에 망설임의 흔적이 없다. 권력은 죄를 매끄럽게 만든다. 마.. 2026. 7. 1.
다윗의 꿈 짓지 못한 성전늙은 다윗은 자꾸만 추웠다. 이불을 겹겹이 덮어주어도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았다(열왕기상 1:1). 소년 시절 골리앗 앞에 홀로 섰던 그 몸, 사자와 곰을 맨손으로 상대했다던 그 몸이, 이제는 제 체온 하나를 붙들지 못한다. 왕궁은 후계를 두고 어수선했고, 그의 시간은 분명히 저물고 있었다.그런데 그 저무는 마음 한가운데에, 다윗에게는 끝내 짓지 못한 집 하나가 있었다. 평생을 두고 품어온 꿈, 하나님의 성전. 자기 손으로 올리고 싶었던 그 집을, 그는 결국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했다. 우리도 저마다, 다 짓지 못하고 두고 가는 집 하나쯤은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내 손으로 짓고 싶었던 집다윗의 꿈은 결코 작은 욕심이 아니었다. 자신은 백향목 궁에 사는데 하나님의 궤는 여전히 천막.. 2026. 6. 30.
삭개오 이야기 나무 위의 사람여리고의 좁은 길에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습니다. 예수라는 분이 지나가신다는 소문이 돌았거든요. 그런데 그 인파의 가장자리, 누구도 자리를 비켜 주지 않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키가 작아 까치발을 들어도 사람들의 등밖에 보이지 않던 그는, 결국 체면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길가의 뽕나무 위로 기어올랐습니다.그의 이름은 삭개오. 세리장이었고, 부자였습니다. 그리고 동네에서 가장 미움받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가진 자의 외로움세리는 로마를 위해 동족에게서 세금을 걷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것도 정해진 것보다 더 받아 챙기는 일이 흔했으니, 사람들 눈에 삭개오의 재산은 곧 이웃의 눈물로 쌓아 올린 탑이었습니다. 세리장이었으니 그 시선은 몇 배로 무거웠겠지요.흥미로운 건, 누가복음이 그를 묘사하며 굳이.. 2026. 6. 29.